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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엄원태

햇살 한 줌 2008. 1. 30. 10:33

노래

 

 

                                     엄 원 태

 

 

 

가설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일

 

턱까지 땅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고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었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목줄에서 놓여났지만, 어슬렁거릴 힘마저 없다

눈곱 낀 눈자위 그렁그렁, 가을 저수지 같다

뼛속까지 사무친다는 게 저런 것이다

 

저 개는 다음 어느 생에선가 필시 가수로 거듭날 게다

노래가 한 생애를 수술 바늘처럼 꿰뚫었다

 

 

- 엄원태 : 1955년 대구 출생. 서울대농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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