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스님과 김보살
어느 고을에
아주 덕이 높고 수행이 깊어
여러 불자들로부터 어버이처럼
존경받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또 절 가까이에는
신심이 장하고 절에 일이라면
자기 집안 일보다
더 열심인 김보살이 살았는데
가세가 넉넉하여
불사면 불사 스님 시봉이면 시봉등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는
열성을 가진 보살입니다
김 보살은 어느 날
우리 스님을 이렇게 사시게 하다가는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나 법회등으로 인해
자기가
시봉하는 시간이
작아지는 것을 염려해 한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님을 뵈온 자리에서
김보살은 조심스럽게
스님 저희 집안에
공부하기에 한적한 땅이 조금 있어
그곳에 스님의 거처를 마련하여 드리고
정진에 부족함없이 후원하여 드릴테니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시는 것이
어떠하겠는지요 묻습니다
스님은
아 그렇게 해 주신다면 나야 좋지요 하고
자리를 따라 일어 서시니
김보살은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부릅니다
그러면서 스님을 내가 모시게 되면
근사한 가사와 장삼 한벌에
보기 드문 발우와 보약 한제를
당장 마련해 드릴것이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스님의 뒤를 따라 길 안내를 하는데
마침 작은 도랑을 하나 만납니다
스님은 그동안 보아 오던
근엄함이란 어디 갔는지
어린 아이처럼 깡총 깡총 뛰어서
내를 건너 가는데
김보살의 마음에는
어 이게 아닌데 싶습니다
얼마를 가다가
또 한 도랑을 만나게 되니
김보살은 스님이 어떤 행동을 하시나
유심히 지켜보는데
스님은 이번에도 전과 같이 건넙니다
김보살은 정말로
내가 스님을 잘못 본것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사이
다음 도랑을 만납니다
세번째 도랑을 건너고 나서야
김보살은 자신의 선택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깨닫고서
가사와 장삼 발우와 보약등이
다 날아가 버립니다
근데 이것이 끝이 아니어서
네번째 도랑을 만나자
김보살의 마음은 이제
이 도랑만 지나면 스님께
자기가 시봉하겠다던 제안은
없던 것으로 하고
다시 돌아 가시라 말해야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는데
스님은 웬일인지
점잖게 내를 건너십니다
그러더니 스님은
김보살을 돌아다 보며 하시는 말이
도랑 하나를 건널때마다
가사와 장삼 발우와 보약등이
하나 하나 없어 졌으니
내 이제 돌아 갑니다
하고는
산길을 장삼 자락 휘날리며 가십니다
김보살은 그제사
자신이 잘못된 믿음과 욕심으로
훌륭하신 스님 한분을 망칠뻔 하였지만
스님은 그와 같은 내 마음을 아시고도
짐짓 모른체
나를 따라 나서셔서
나를 이렇게 가르치셨구나
하고는 더욱더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무릇 머물러야 할 자리에
머무를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수행자들은 세간에 머물러도
세상의 명리를 멀리 하고
수행과 포교에 힘쓰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요
불자들은 스님들이 머무는 자리에
무주상의 보시로
외호와 뒷바라지 하면 그뿐입니다
요즘 스님과 불자들 가운데는
적정의 처소요
적멸의 도량에까지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과시욕으로
훼손하고 변질되게 하여
신심있는 불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경계하고 경계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2월 초하루 법회일
우리 믿음 속에 혹시
고쳐 나가야 할것은 없는지
살펴 보시기를 바랍니다
도량청정무하예
삼보천룡강차지
(도량이 청정하여 티끌과 때가 없으니
삼보님과 천룡님네 이 도량에 강림하시네)
하시도록
마음의 티끌을 바로 잡읍시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