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
2008. 7. 23. 22:13
[이 한편의 시조] 어머니콩밭 /정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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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길 떠나신지 십 년 십 년 또 십 년
그 해 그 가을이 오늘에도 수심 겨워
콩밭에 누렇게 앉은 물 내 가슴에 다 실린다.
정완영은 1919년 태어났으니
현존하는 시조시인 중에서 최고령이다.
그런데도 아직 왕성하게 시조를 짓고 있으니
대단하다 하겠다.
그의 시조는 쉬운 말로 깊은 의미를 담고자 한다.
그리고 동양적 사유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콩밭에 누렇게 물든 가을 빛을 보니
어머니 생각에 나도 가슴 가득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물이 들어 수심겹다는 것이 요지이지만
어머니를 여읜 사람이 이 시조를 읽으면 콧마루가 찡할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조를 단수로 짓지 않았는데
요즈음 단수에 취미가 붙어선지 아니면
시조는 단수에 묘미가 있음을 알았는지 단수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관악산 봄'이란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한다.
'산은 늙었는데 봄은 늘상 어린걸까//
숲 속에 들어서면 구슬 치는 산새 소리//
나무들 키 재는 소리도 내 귓 속에 들려온다.'
시는 논리를 초월해야 한다.
어른들의 해박한 시각은 시에서는 무용하다.
차라리 어린이다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시가 된다.
이런 말투는 저 낭만주의자들이 강조하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를 수업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익혀 두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임종찬·시조시인·부산대 국문과 교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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