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청정화
몸 안에 도둑이 들었단다
돈 안드는 일이라고
나무늘보처럼 지내온 시간들은
보톡스 맞은 듯
무표정한 웃음 웃더니
목 오른쪽에
옹이 닮은 집 하나 지어
혹이라는 문패 달고
제 입맛대로
하루 일과를 요리하고 있다
이별한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도 아닌데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턱까지 차 오르는 숨결은
서산 넘어가는 노을보다 뜨거워져
일어났다 앉았다
안절부절 오두방정 떨다가
어둠보다 더 깊은 수렁속을
헤엄쳐 나온
의식의 씨앗까지 불 태우며
야금야금
남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한 치 앞도 헤아리지 못해
제 발등 찍고 서 있는 눈물앞에
여봐란 듯이
졸음 방망이 휘둘러 대는
자만의 검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