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계간 웹북

<2008년 가을호 17집>혹

햇살 한 줌 2008. 11. 1. 09:16

혹 청정화 몸 안에 도둑이 들었단다 돈 안드는 일이라고 나무늘보처럼 지내온 시간들은 보톡스 맞은 듯 무표정한 웃음 웃더니 목 오른쪽에 옹이 닮은 집 하나 지어 혹이라는 문패 달고 제 입맛대로 하루 일과를 요리하고 있다 이별한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도 아닌데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턱까지 차 오르는 숨결은 서산 넘어가는 노을보다 뜨거워져 일어났다 앉았다 안절부절 오두방정 떨다가 어둠보다 더 깊은 수렁속을 헤엄쳐 나온 의식의 씨앗까지 불 태우며 야금야금 남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한 치 앞도 헤아리지 못해 제 발등 찍고 서 있는 눈물앞에 여봐란 듯이 졸음 방망이 휘둘러 대는 자만의 검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