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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 /이종문

햇살 한 줌 2009. 12. 31. 17:35

제야 /이종문



  하루에 한 장씩 찢던 달력이 생각난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 겹겹이 쌓여 있어


  아무리 찢고 찢어도 좀처럼 줄지 않던,


  오지도 않은 날을 너 댓 장씩 함께 찢어


  비행기를 만들었다 종이배를 접었다가


  코 풀고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쳐버렸던,


  그러다 문득 보면 달랑 한 장 남은 것을


  차마 찢을 수 없어 오랫동안 바라보던,


  하지만 새 달력이 이미, 대기발령 중이던,

 

                          시와 시학 09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