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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숭어 뛰다/ 김봉집

햇살 한 줌 2010. 2. 14. 13:18

농민신문

숭어 뛰다/김봉집


 

청파래 배두렁이 비뚜름히 결쳐 입고

선창이 벌렁 누워 선하품을 하고 있다

전마선 세찬 물결에 아침노을 뒤척이고

 

다시마도 미역귀도 숨이 가쁜 이 하루에

더러는 재두루미가 먹구름 물고 날지만

뒤덮인 적조赤潮의 띠가 황금어장 옭죈다

 

어느새 눈물이 맺힌 배다릿집 늙은 아재

덩어리져 식어가는 늦은 밥상 받아든다

헝클린 반백의 머리 소금버캐 열리고

 

바지선 엔진소리 결계結界를 푸는 안개

자린고비 어부 조씨 짠 냄새만 거머쥐고

저 멀리 낭장망 너머 뛰는 숭어 겨냥한다

(민병도, 백이운 선)


                                         -「숭어 뛰다」전문 /김봉집(1959년생)


 이 시가 어촌의 현실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있는 사물과 정서를 정확하게 포착한 노력이다.

행마다 詩를 잡기 위해 적당한 어구漁具 같은 정교한 시어의 선택과 배치, 조합(밑줄 친 낱말들)에서

빼어난 언어의 회화성을 획득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환경문제를 배치한 둘째 수 중․종장에서

ꡒ더러는 재두루미가 먹구름 물고 날지만/

뒤덮인 적조赤潮의 띠가 황금어장 옭죈다ꡓ

라고  대비하여 생존의 문제를 물고 오기도하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열악한 생의 처지에 몰린 어부

ꡒ배다릿집 늙은 아재ꡓ와 ꡒ조씨ꡓ의 헝클린 입장이 ꡒ짠 냄새만 거머쥐고/

저 멀리 낭장망 너머 뛰는 숭어 겨냥한다ꡓ로

반전되면서부터 긍정의 힘으로 종장을 마무리하는 것은 닫힌 감정의 詩路 에ꡒ

뛰는 숭어ꡓ로 활로를 찾아준 것이다.

 

이것은 정형의 제약된 형식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여 자유와 활기를 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