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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토머리 강가에서/김환수

햇살 한 줌 2010. 2. 14. 13:43

부산일보

해토머리 강가에서/김환수


갯버들 가장귀에 물구나무선 눈먼 햇살/

풋잠 든 하얀 잎눈 이따금 들여다본다/

도톰한 봄의 실핏줄 돋을새김 불거지고.//

 

물비늘 풀어헤친 낯익은 수면 위로/

명지바람 건듯 일어 빗살무늬 그려내고/

웅크린 이른 봄날을 종종걸음 재우친다.//

 

귓가에 기웃거리는 자갈밭 여울물 소리/

백일 남짓 어린애가 옹알이하듯 재잘대고/

산그늘 조금씩 끌어당겨 정수리를 덮고 있다.//

 

몇 겹의 물굽이가 수만 번 날을 세워야/

딱지 앉는 상처처럼 푸른 문신 새겨낼까/

겨우내 숨죽인 강물, 접힌 허리 쭉쭉 편다.


(정해송 선)

-「해토머리 강가에서」전문/김환수(1962년생)


 시는 드러난 대상과 상황 구조 등에서

숨어있는 비의를 시인 자신만의 경험과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찾아낸  언어의 재구성이라고 볼 때

김환수의 

ꡐ해토머리 강가에서ꡑ가 그 보법에 아주 충실한 기본기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그 봄을 맞이하는 자세와 태도에 따라 인간의 감성은 항상 새로운 것.

 

ꡒ하얀 잎눈ꡓ이ꡒ도톰한 봄의 실핏줄ꡓ로

ꡒ돋을새김 불거지ꡓ는 정적 이미지와

ꡒ백일 남짓 어린애가 옹알이하듯 재잘대고

ꡓ라는 동적 이미지로 오는 어린 봄으로만 끝나는 것을 방지하려고

마지막 수는 온 산천에 확장되는 봄의 기다림을 바탕으로

한 ꡒ몇 겹의 물굽이가 수만 번 날을 세워야/

딱지 앉는 상처처럼 푸른 문신 새겨낼까ꡓ라며

 

생의 현장에서 굽이굽이 인내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ꡒ겨우내 숨죽인 강물, 접힌 허리 쭉쭉 편다.ꡓ며 

 삶을 희망으로 되돌려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