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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달의 門下 /박기섭

햇살 한 줌 2011. 1. 24. 12:16

달의 문하

                   박기섭

 

 

나는 달의 門下다

달은 높이 떠 있으므로

 

차면 기우나니,

따라잡지 못할 강론

 

한 번도 강림한 적 없으되

늘 내 곁에 가득한 달

 

진흙 수레를 끌고

홀로 가는 구만 리 장천

 

오직 달빛만이

가르침의 전부인 것

 

물 속에 잠겼다고 보는가

그마저도 중천인 것

 

시장한 초이레 달이

초여드레 달을 위해

 

조금씩 베어 먹던

그늘을 남겨 두느니,

 

건너간 하늘 길섶에

먹물 장삼 한 벌

 

-시조집 <달의 門下>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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