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어떤 사고

햇살 한 줌 2011. 2. 25. 20:24

 

어제 저녁 여섯시 조금 넘은 시각...

남편이 퇴근했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 오길래

배웅 할 겸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네요.

 

호박을 심기 위해 마당 한 켠에 파 놓은  구덩이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대문 쪽으로 향 했지요.

 

작년 가을 포크레인 기사가 대충 올려놓은 석축 위 돌을 밟는데

돌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에  좋은 길로 가려고 발을 움직이는 순간

무언가 이마를 탁 치면서

눈 앞이 아득해져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네요. 

 

얼굴 위로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드는 가 싶더니  급히 달려 온  남편이

휴지를  이마쪽에 가져다 대며 한참동안  지혈을 시켰죠.

 

그때까지만 해도 별 다른 생각을 하지 못 했는데

여기저기 흘러내린 핏자국을 닦으려고 거울앞에 서서 보니

눈 꼬리 바로 1센티 윗 부분이 움푹 패여 금방이라도 피가 다시 흐를것 같아

곧바로  읍내에  있는 삼성병원으로 달려갔답니다.

의사선생님은 흉터가 심하게 남을것 같다며 간단한 응급처치만  하고

청주에 있는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으라 하더군요.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충북병원 응급실에  접수를 하고

손 목에 종이띠(환자 신상 명세서 적은 그런 종이 같아요)를 두르고  금식을 하며 기다렸지요.

 

응급실에 오신 환자들 병명도 가지가지였는데

 

100원짜리 동전을 삼켜서 온 어린이도 있고

승용차 안에서 텔레비젼을 보시다가 지체장애우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상처를 입고

귀에서 출혈이 있어 오신 분도 계시고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상태로 한 쪽이 마비가 와서 응급실에  오셨다는 어르신도 계시네요.

 

응급실은 그야말로 예기지 않은 급한 환자들이 모이는 곳인데

환자를 진료하는 분위기는 우왕좌왕 답답하기만 하더군요.

 

눈 주위에 상처를 입었기에  혹시나 시력 이상이 있는가 확인 하느라

몇 번 시력테스트만 했을뿐

별 다른 말 없이 기다리라고만 하네요.

저녁밥도 못 먹은채 기다린 시각이 11시를 넘었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비인후과와 안과에서 순번을 정해  성형외과 야간 진료를 하다보니 

환자가 밀려  몇 시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기에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 오니 새벽 1시가 넘었더군요.

 

그때서야 남편은  간단히 저녁밥을 먹었고

저는 효소 한 컵 마시고

검색에서 찾은 충주 건대병원에 인터넷으로 진료 예약을 했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충주 건대병원에서 봉합수술과 파상풍 예방 접종을 했지요.

상처가 심각하여 6개월 뒤 성형수술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담당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그래도 눈 안 다친게 천만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날이었구요

 

그런데요...

어제같은 갑작스런 사고가 생겼을때  대학병원을 찾아 동분서주 하면서 

지방에 산다는 게 이래서 불편하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