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강쥐들 분양했어요

햇살 한 줌 2011. 3. 3. 20:17

작년 7월 괴산으로 이사하면서

귀농사모 회원님께 입양받은 풍산견 몽돌이와 몽순이.

 

10월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팔고 서울로 올라가야지 생각하고

그동안 묶어 키우던  두 녀석들 마음껏 뛰어놀라고 목줄을 풀어 주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몽순이가 식탐이 많아지나 싶더니

금년 1월초  마을 어르신들이 곧 새끼를 낳을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몽순이 나이가 겨우 9개월인데 엄마가 된다니 아니 무슨 일이래유?

반신반의 하면서 혹시나 몰라서

돼지 족을 사 오고 사료도 여분으로 더 사 놓고

별채 데크위에 커다란 집을 지어서 몽순이 거처를 옮겨준 지 1주일만에

그것도  아들 미역국 끓여주러 서울에 올라간  다음날

몽순이가  강쥐를 낳았다고 남편이 전화를 했네요.

 

그런데 강쥐들 털 옷이 흰둥이와 깜돌이와 재순이등등 여러 색깔이라며

도대체 강쥐들 아빠가 누구냐구 물어보는데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제가 언제 강쥐들을 키워봤어야 아는 척을 하지요.ㅎㅎ

 

한겨울 그것도 유난히 추운 날 태어난 강쥐들이라

하루종일 전기난로를 켜 주고

돼지족 삶아서 하루 다섯번 씩 몽순이에게 갖다주는 중간에 한 번씩 몽돌이도 챙기다보니

오래전 우리 아이들 태어났을때 산간 해 주셨던  친정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려오는 날이었어요.

 

그렇게 정성을 드렸는데도 태어날 때부터 치인다 싶은  한 녀석은 생후 5일만에 떠나가고

나머지 강쥐들은  몽순이 사료까지 욕심낼 정도로  식성이 좋고

월동중인 나뭇가지들 물어 뜯어가며 개구쟁이 짓을 하다가

'아가들아~~' 하고 부르면

경쟁하듯 달려 와 바지가랭이를 물어뜯으며 아양떨던 녀석들...

마을 어르신들이 강쥐들 보러 일부러 올라오실 정도로 이쁜 녀석들...

며칠 더 데리고 있어도 좋으련만 정들기 전에  오늘 모두 분양했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모두 분양이  예약되어 있었지만

풍산견 순종이 아니라고 거절하시는 바람에

오늘 괴산 장에  나가려는데 남편 친구가 전화를 하셨네요.

 

놀러오신 남편 친구분은  강쥐들을 보자마자 너무 이쁘다며 

세 녀석 모두다 트럭에 싣고 가셨고

강쥐 한 마리는 산봉우리 하나 넘으면 되는 이웃마을로 입양되었답니다.

 

강쥐들 떠나간 빈 자리를 보면 몽순이가 슬퍼할 까 봐서

서둘러 몽돌이 곁으로 몽순이 집을 옮겨주었는데도

어둠이 내려앉은 마당에서  몽순이는 하늘만 쳐다보고

저 역시 발길에 따라다니던 강쥐들 생각에 마음이 짠해 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 아가들 셋이 한 집으로 가서 덜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지만

남편도 친구분에게 전화해서 강쥐들 안부를 물어볼만큼 일손이 안 잡히는 쓸쓸한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