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일 불행중 다행이지요
어제 저녁 8시...
남편이 괴산 집에 내려오겠다고 전화를 했네요.
괴산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을테고
밤길 운전 걱정되어 오지 말라 했건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반찬 몇 가지 만들어놓고
간장에 담아 밑반찬으로 먹으려고 낮에 따 놓은 깻잎을 다듬었지요.
속으론 남편이 안 오길 바라면서
만약 오면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야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죠.
밤 10시 30분이 넘어섰고 남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네요.
웃는 얼굴로 대하기로 다짐했던 그 마음은 어딜가고
남편 속 쓰릴 이야기만 골라가며 바가지를 긁었네요.
시간당 50미리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내일 서울에 어떻게 올라갈려고 왔느냐...
여기 와도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마누라 할 일 없을까봐서 일 시키려고 왔느냐....
그러잖아도 위염이네 관절염까지 겹쳐
요즘 컨디션 엉망인데 스트레스 주려고 그러느냐 ...
오려거든 미리 전화라도 해 주면
바쁘게 설치지 않아도 될텐데 오늘따라 전화는 먹통이었냐...등등
사실 제가 어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오락가락 하던 비에 산 쪽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세멘트 길까지 내려앉아
그걸 삽으로 전부 퍼 올려 꽃밭에 옮겨놓고
크고작은 돌은 물길에 움푹 패인 산 아래 길 쪽에 옮겨놓는 노동에
양쪽 팔을 들기도 힘들었는데(사실 눈 감고 안 해도 그만인데 하필이면 제 눈에 그게 보였네요)
저녁때는 상추 씨앗 파종하려고 풀을 뽑고
캄캄할 때 집안에 들어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남편 전화를 받았으니 ...ㅠㅠ
그렇게 저 혼자 바가지 긁고
심기가 불편했던 저는 점심.저녁 모두 굶고
약도 전부 건너뛰고 커피 한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죠.
아침 7시 반...
남편은 집안을 돌아다니며 풀을 뽑고 한없이 키가 커 가는 토마토 지줏대를 세우고 있기에
운동하고 오겠다며 옆집 언니와 30분동안 걷기 운동을 했죠.
그리고 어제 바가지 긁었던 일이 미안해서(제가 성질이 아주 못 되었거든요)
냉장고 뒤적거려 없는 반찬까지 총 출동시켜 아침상 차려주고
점심밥은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끓여 냈죠.
늘 얻어먹기만 했던 옆집 언니께도 솜씨없지만 국수를 갖다 드리고
저도 맛있게 잘 먹었구요.
마침 옆동네 사시는 아저씨께서 옥수수를 마흔 개 정도 주시기에
옆집 언니와 똑 같이 나눠서 소금만 넣고 삶아 서울집에 가는 남편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기분좋게 전해주며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전화를 하고 괴산으로 오라고 했죠.
이제나저제나 서울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전화 벨이 울립니다.
남편이 화 내지 말고 이야기 잘 들으라며 하는 말인즉
동서울 톨게이트 도착해서 하이패스 차량 진입로로 진입해서
좁아지는 차선때문에 깜박이 켜고 차선변경했는데
출고한지 1주일밖에 안 된 외제자동차가 뒤에서 들이받았다네요.
순간 남편 자동차는 붕 하고 공중에 떴지만 파손은 심하지 않았고
뒤에서 들이받은 차는 앞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지 뭡니까?
그런데 문제는 사고직후 상대방에서 부른 보험사 직원(현대해상)이 와서
깜박이를 켰어도 차선을 변경한 건 잘못이니까
저의 측 과실이 7:3이라고 서류를 꾸미고 난 다음
그때서야 도착한 우리측 보험 담당자(현대해상)는 별다른 의견없이 사고 접수를 했다 하네요.
저야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교통 법규에 대해 아는 바 없으니
그냥 보험사에서 처리하는대로 받아 들이고 싶은데
남편은 자기 잘못도 없는데 5:5 과실이라면 모를까 7:3 과실은 말도 안 된다고
저 한테 자꾸만 전화를 해서
사고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제 화를 돋구네요.
전 귀찮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
인명사고 안 난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동차 보험료 올라가면 그냥 내고말지 싶은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얼 알아야 가타부타 이야길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