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2011년 7월 12일 행복한 생각

햇살 한 줌 2012. 3. 2. 13:19

오늘이 7월 12일이네요.

 

작년 이맘때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2010년 7월 9일

괴산댁으로 살려고 산골짝으로 이사를 했더랬죠...

 

이사하고 거의 한 달 내내 개인 날이 없을 정도로

날마다 비가 쏟아지는 참 어수선한 날이었고요.

함께 이사를 했던 동생은

현실과 이상이 다른 시골살이 적응을 못 하고

채 두달이 되지않아 서울로 다시 올라가버리고

산 속 외딴 집에서 혼자 생활할 자신이 없어

건축비 손해 보더라도 집을 팔려고 했는데

겨울이 될때까지

한 사람도 집을 보러오지 않았지요.

 

그때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비어있는 동생집 보일러를 가끔씩 가동시켰는데도

보일러가 얼어버리기 예사고...

열선을 감아놓지 않은 지하수 관정이 수시로 얼어버려

물 한 방울 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남편이나 집 지어주신 사장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담이 결려 밤새 끙끙대다가

돈 한푼 없이 택시 불러 읍내나가서 침을 맞고

농협 들려 택시비 지불하고

한의원에서 침 맞은 뒤 다시 그 택시 기사님 불러

집까지 돌아온 일이며

 

애지중지 오랜 세월 함께 눈맞춤 했던

식물 수십개가 동상에 걸려 멀리 떠나보내며..

그렇게 몽돌이, 몽순이랑 하얀 설원을 뛰어다니다

파릇파릇 햇쑥 돋아나는 봄이 되었고

그새 집 보러오신 분이 몇 분 계셨는데

어느 순간 갈등이 생기더군요.

 

노후에는 반듯이 시골살이를 하고싶은 저였기에

집을 팔고나면

여기처럼 맘에 드는 집터를 찾을 수 없을것 같아

일단 집을 임대하게 되었고

함께 생활하는 옆집 언니(무슨 인연인지 언니네 강쥐 이름까지도 몽실이...우리집 몽돌이와 몽순이..) 덕분에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지요.

 

봄에는 고사리 꺾으러 함께 뒷산을 오르고

초보 농삿꾼 둘이서 흙보다는 돌이 많은 돌밭을 가꾸며

상추와 고추 와 토마토와 옥수수등을 심어

무농약재배라 마음놓고 먹는 생활이네요.

작년 이사한 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꽃씨를 뿌리고

작은 묘목을 심으며 정성들이다보니

점점 더

집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되네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재 생활을 저 혼자만 즐기는 일이

감사하면서도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오래전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시골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지요.

 

물론 시골에 작은집과 이모님 외갓집이 있었지만

어쩌다 가면 손님처럼 서먹서먹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지않아

오히려 불편한 느낌마져 들었거든요.

얼마전 민박 마을 설명회에 가게 되었고

그날 이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네요.

조용하게 며칠 쉬고 싶을 때

팬션이나 민박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큰 부담없이

오랜 친구집 가듯이

외갓집 가듯이

마음편히 다녀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꾸미면 어떨까 싶은...

 

며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요즘들어 더욱 행복을 느끼고 있답니다.

 

왜냐구요...

잘 하면 노후에 제 용돈이 생길수도 있는 일이잖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