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2011년 10월 17일...양심도 없지

햇살 한 줌 2012. 3. 2. 13:41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셨는지요?

일주일 만에 병원 오느라 서울집에 올라와서

문안 인사 올립니다.

7월 혈액검사 결과가 나빠서 무지 걱정했었는데

이번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다고 하시네요.

너무 기력이 떨어져 한약을 먹고 조금씩 걷기 운동을 한 덕분인가 봅니다.

 

다람쥐..

날렵한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다들 잘 아시지요?

그런데요

그 다람쥐 녀석이....

하도 기가 막혀서리 우리 님들께 하소연 하려고 합니다.

 

이른 봄

텃밭 한 고랑에 비닐 멀칭하고 피 땅콩을 심었지요.

제초제 한번 뿌리지 않고 손가락 관절염 생기도록 풀 뽑아주며

흙 돋아가며 땅콩 농사에 정성을 들였더니

앙징맞은 노란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작은 땅콩 알이 달리더군요.

 

난생 처음 짓는 텃밭 농사...

땅콩 잎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 땅콩을 캐야 한다기에

한 달전쯤 서너 뿌리 뽑았더니

쭉정이가 보이긴 해도 제법 실하게 매달린 땅콩이 기특하여

데크위에 널어 말리다 비에 젖을까 창고 안에 들여놓았지요.

 

10월엔 서울에 올 일이 많아서 그만 깜박했다가

어느 순간 생각나서 보니 땅콩이 흔적도 없는거 있죠?

서너 주먹은 족히 될텐데 땅콩이 어디로 갔을까 기억을 더듬는데

잔디밭 위를 기어다니는 다람쥐를 발견하였네요. ㅎㅎ

 

그리고 닷새 전

옆집 언니와 텃밭에 남겨두었던 땅콩을 모두 캤더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날만큼 제법 많은 땅콩을 수확해

이번에는 절대로 다람쥐에게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지요.

 

뜨거운 가을볕에 얼굴 그을려 가며 땅콩을 대충 말린 다음

양파 자루에 넣어

스치로폼 박스에 담아 뚜껑까지 덮고

그 위에 말린 나물 자루 두 개를 얹어 창고 안에 들여놓았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옆집 언니와 나눠먹으려고 땅콩을 찾아보니

스치로폼 박스와 양파 자루에 구멍이 나 있고

껍질만 약간 남아 있을뿐

땅콩 알갱인 하나도 없는거 있죠?

 

몇 달 동안 농사 짓느라고 땀 뻘뻘 흘렸는데

땅콩 맛도 못 보고

다람쥐에게 모두다 적선했나 봅니다.

 

자꾸만

다람쥐가 미워지고 무서워지는데 어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