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1일...또 다른 길
금년 2월 말까지도 몰랐습니다.
제가 사십여년 간 살아왔던 서울을 떠나 이사를 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답니다.
그런데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고 하나요?
3월초 우리집에 놀러왔던 하나뿐인 친정 동생이 푸념 비슷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혼자 밥 먹는 것도 너무너무 힘들고
서울을 떠나고 싶다구요...
조금더 나이들면 시골살이 하려고
부여에 주말 주택을 지어놓고
가끔 꽃밭을 만들기는 했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결혼도 하지 않고
어느새 지천명이 되어버린 남동생...
건강 때문에 명퇴를 하고
일 년 내 병원을 다녔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아
동생은 많이 지쳐있었고
우울증이 올까 봐 걱정되어
시골살이 하러 같이 가자고 말을 했지요.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순간
나의 가족보다
혼자 사는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고 해야하나요?
밤이면
인터넷에 올려진 부동산 중개 사무소 매물을 검색하고
아침밥도 먹지않고
예산에 맞춰 산 좋고 물 좋고 정자좋은 곳을 찾아
홍성.예산.청양.부여.보령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20여일 다닌 결과 아침이면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피로감이 심하더군요.
ㅎㅎ
더 이상 보기가 안스러웠는지
남편도 일시 휴직을 하고 저와 함께 집터 찾아
충청북도 음성과 증평 그리고 괴산으로 날마다 출근을 했구요...
노후에 살려고 했던 부여 주말 주택 가까운 곳에 집터를 찾고 싶었는데
괴산에 인연이 닿아 이사한 지 50여일이 되어 가네요.
마을에서 300미터 떨어진 산중턱이라 정말 조용한 곳이네요.
처음 이사와서는 비행기 소리와
고라니 쫒아내려는 폭죽소리 때문에
심장이 두근두근 불안했는데
차츰 적응이 되어 가나 봅니다.
여름이라 보이는 건 신록 푸르름 뿐이네요.
어쩌다 집 뒤에 인삼밭과 고추밭 농삿일 하러 오시는 분들만 보일 뿐
그야말로 자연의 소리를 접하며 조용히 살고 있답니다.
서울에서 처럼 문명의 편리함은 없어도
이름 모를 새 소리에 눈을 뜨고
하루종일 마당을 종종거리다가
소쩍새 울음 들으며 잠을 청하는 날이지요.
아직 집 짓기 마무리가 덜 되어
울타리도 없는 산 속의 오두막집이라
태풍 소식에 마음이 조금 불안해 집니다.
건강이 최고라지요.
마음 편한대로 살기로 작정한 지
벌써 3년째가 되어 가네요.
우리
건강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