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세번 째 만남
점심때부터 가을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와 달리
아침 일찍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어제 오후 모임에 참석 예정인 친구들께 우산 챙겨오라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어도 될텐데...
괜스레 나 혼자 설친 꼴이 된거 같아 조금 민망했다.
빗소리에 마음 설레어 아침일찍 집을 나선 탓에
시간 여유가 있어
안국역 6번 출구 옆에 설치된 벽화들을 살펴보다
이재무 시인과
한순분 시인의 자필을 보게 되었다.
이재무 시인께 처음 시를 배웠고
한국 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이었던 한 순분 시인의 이름이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본다.
예술가와 시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만들어낸
화보앞에서 삶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났다.
개성을 돋보이는 작품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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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 11시 40분...
목향에 도착하니 가양동 친구가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비가 내리는 탓에
시간이 늦을까 봐 일찍 길을 나섰다고 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후
옥수역 친구가 길을 헤매고 있다며 전화를 했고...
목향에서 두 번째 만남인데도
인사동 골목의 특성탓인지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메밀꽃 축제를 보러 가고
집안에 일이 있어
친구와의 중요한 약속때문에 참석치 못 한 세 명의 빈 자리에
오늘 처음 참석한 평택 친구가 채워주었다.
벌써 두 번 내지 세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라
얼굴을 보는 순간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다꽃이 피었다.
삶의 형태가 다양하듯 이야기 주제도 여러가지가 나왔다.
같은 혈액형을 가진 두 친구는 서로의 성격이 일치한다며
천생 연분이라도 금방이라도 포옹을 할 듯 기뻐했고
어쩌다보니 원덕리 친구 별장이야기에 이어
우리 시골집으로 이야기가 이어져서
기획부동산에 속아 이용도 팔지도 못 할 땅을 사서
속 상하다는 친구들까지...
함께 모인 친구들 가슴 한 켠에는 노후에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바램과 함께
주 생활은 서울에서 하되
별장 용도로 갖고 있는 게 좋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56년생 .55년생 친구들에게는 언니라는 호칭을 쓰되 말은 편히 하고
58년생.59년생.60년생까지는 언니 호칭 없이 말을 편히 하자고 의견들을 모았다.
다음 모임은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하늘 공원에서 갖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자아가 강한 친구는 보이지 않는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일이 있어
몇 몇 친구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고
나머지 다섯명은 경인 미술관을 들렸다.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큰 관심을 갖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않아
우리의 모임은
전문적인 어떤 취향을 가지기보다
함께 모여 산행이나 서울 근교 나들이 여행으로 유지될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쉬움이라면 나처럼 식물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