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9월 22일 ....

햇살 한 줌 2012. 9. 24. 22:09

결혼 기념일이었다.

몇 번째인가 손가락을 헤아려보다

햇갈려서 대충 생각해보니 27년 쯤 된거 같다.ㅎㅎ

 

시골 현장에서 일 하는 남편에게 전화를 할까 망설이다

그냥 모른척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결혼 기념일이라고 

결혼한 바로 다음해 후라이드 치킨을 사온 뒤부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딱히 챙겨본 기억이 없는 거 같다.

ㅎㅎ

요즘 결혼하는  새댁들은 기념일을 많이도 챙긴다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참 무심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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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랑 미순이랑 셋이서

김밥 과 컵 라면을 챙겨 도봉산을 올랐다.

2006년 12월 속리산 산행 중에 무릎 통증을 시작으로

친정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리고 아버지마져 가신 뒤

병원 들락거리다보니

다락능선은 늘  기억속 단편일 뿐이었는데

오늘 친구들과 함께 였기에 용기를 냈다.

 

오랜만에 네 발로 바위를 올라가는 느낌도 새로웠고

한껏 푸른 자태를 자랑하는 솔숲을 거니는 행복함이란

산들바람만큼 감미로웠다.

 

산행과는 멀기만 했던 영이에게 도봉산을 오르는 소감을 물었더니

지겹다고 했다.

ㅠㅠ.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을 하는 지 짐작이 갔다.

 

예전에는 자신감 넘치는 산행길이었지만

오늘의 산행은  등산복이 모두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목처럼

바위 하나

나무 하나까지도 정겹기만 했던 산행은

녹야원 옆길로 하산하는 걸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