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부하기

감 / 정완영

햇살 한 줌 2008. 1. 27. 21:34

                 

        정 완 영

 

그것은 아무래도
태양(太陽)의 권속(眷屬)은 아니다
두메산골 긴긴 밤을
달이 가다 머문 자리
그 둘레 달빛이 실려
꿈으로나 익은 거다

눈물로도 사랑으로도
다 못 달랠 회향(懷鄕)의 길목
산과 들 적시며 오는
핏빛 노을 다 마시고
돌담 위 시월(十月) 상천(上天)을
등불로나 밝힌 거다

초가집 까만 지붕 위
까마귀 서리를 내리고
한 톨 감 외로이 타는
한국(韓國) 천년(千年)의 시장기여
세월도 팔짱을 끼고
정(情)으로나 가는 거다

 

가장 아름다운 한국적 전원 풍경의 한 단면이다.

우리 민족의 농경 문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 한국의 자연,

한국의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 작품의 소재인 ‘감’은 고향의 정서, 자연의 정서를 나타내 준다.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진 이 작품에서 감을 ‘달이 가다 머문 자리’ ‘꿈으로 익은 것’

‘돌담 위 시월 상천’ ‘핏빛 노을 마신 등불’ ‘한국 천년의 시장기’ ‘정’으로 나타내

은유와 상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정서가

 '감’으로 형상화돼 있다.

감이 익어 가는 공간은 한국의 어느 산비탈의 모습일 수도,

아니면 마을 한가운데의 모습일 수도 있다.

 

늘 우리들 마음이 달려가는 고향,

그곳에는 언제라도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넉넉하게 감싸 주는 자연적 환경이 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이 작품은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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