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최영철
햇살에 묻어오는 바람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 큰기둥선인장은
잎을 가시로 바꾸려고
제 몸 구석구석을 물어뜯었으리
허공 가운데 뾰족한 빨대 꽂고
있는 대로 바람을 포식하기까지
제 몸 구석구석
가시 아닌 곳 없었으리
뜨거운 태양의 양볼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저를 믿을 수 없었던 가시는
제 안으로 자꾸 파고들었으리
저를 찌르며 저를 할퀴며
목마른 그늘로 저를 내몰며
사막 가운데서 그만 죽어버리자고
제 밖으로도 가시를 곧추세웠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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