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동위원소 치료 후기

햇살 한 줌 2009. 5. 20. 22:41

안녕하세요?

많은 님들의 격려 덕분에

무사히 동위원소 치료 마치고 귀가했답니다.

 

5월 18일 오후 한 시까지 한양대 병원에 도착

핵의학과에서 심전도와 폐 엑스레이 그리고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마치고

7층 간호사실에 들려서

입원생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짐 보따리를 풀었지요.

짐이라고 해야 슬리퍼와 간단한 속옷과 책 두권이 전부였구요

 

생수2리터짜리  2병과 오렌지 쥬스1.5 리터 짜리 한병 그리고  

매실엑기스 약 300리터 정도와 레모나를 가지고 갔는데

간호사 선생님 말씀이

오렌지 쥬스는 생수와는 별개라며 한병 더 준비하고

사탕이나 껌도 한통 필요하다기에 병원에서 추가로 구입했지요.

 

병실은 7층이었는데 옥소 병동은 두 개로 되어있고

일흔 되신 할아버지와 저는 나란히 706호 ,707호에 들었지요.

 

냉장고와 텔레비젼이 있는 5평 남짓 규모의 병실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창문 아래로 내다보니

지나가는 자동차와 방문객들로 심심하지 않았는데

워낙 비위가 약한 터라 병원 특유의 냄새가 미리부터 질리더군요.

 

오후 3시 반쯤 담당 교수님께서 견본품으로 옥소 복용을 하는 방법을 일러주셨고

잠시 뒤

교수님 지시에 따라 방으로 들어오니  밖에서 문 잠그는 소리가 철컥 나는가 싶더니

식사 반입구 밖 교수님 지켜보시는 앞에서 실습한대로  옥소 복용을 했지요.

 

방법은 미리 연습했던 터라 그리 어렵지 않았고

옥소 복용후 한 시간동안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기에

춤을 출 줄도 모르고 맨손체조를 할 줄 몰라

초등학생처럼 책을 펼쳐들고 읽으며 걷기 운동을 했더니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더군요.

 

두 시간쯤 지나가고  식사 반입구를 통해 저녁식사가 나왔는데

반찬은 식이요법할때보다 더  심심했고 솔직히 맛은 별로 없었어도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점심을 굶은터라 아주 맛있게 먹었지요.

 

제산제와 진토제 그리고 변비약 두 가지를 전해받아

약 봉지에 정해진 설명대로 먹고 집에다 걱정말라는 전화를 하고

평소에도 텔레비젼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텔레비젼을 보아도 재미가 없었네요.

그렇다고 책을 읽는 건 더더욱 귀찮아져

침대위에 누웠다 앉았다  시간 따먹기를 하면서 휴대폰 알람을 맞췄지요.

 

두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야하고, 화장실 가면 반드시 물을 세 번쯤 내려 주어야 하고

그때마다 손을 여러번 씻어야 한다는 간호사 선생님 말씀을 기억하며

알람이 울릴때마다 생수 또는 매실 엑기스에 생수 섞은 물을 마시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깊은 잠은 잘수가 없었지요.

 

어느새 창문을 두드리는 아침햇살을 반기며

'어제처럼 밥이  맛있겠지?' 섣부른 기대로 밥상을 받았는데

양배추 볶음과 쇠고기 볶음 그리고 김치와 호박 볶음과 된장국이 나왔는데

그 냄새가 역한게 왠지 수저들기가 싫은 걸 참고서  한 수저 뜨려는데 정말 먹기 싫은거예요.

 

아침밥 맛있게 먹으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백팔배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히 운동도 했고 책도 읽었는데

약을 먹어야 하니 된장국에 밥을 두어 숟갈 말아먹고 칼슘약을 먹고 물을 마시는 순간

(지금 식사중에 글을 읽으신다면 잠시뒤에 다시 읽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가슴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 화장실로 달려갔고

조금전 먹었던 걸 모두다 올리고 말았네요...ㅠㅠ

 

먹은 거라곤 어제 저녁밥과 물 뿐인데 아마도 배 고픈 김에 먹었던 저녁밥이 체했었나 봅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이럴땐 굶는 게 최선의 선택인지라

퇴원할때까지 식사를 못 하겠다고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전달이 늦어져 점심밥이 나오더군요.

 

,밥 귀한 줄 모르면 평생 빌어먹는다,는 생전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용기를 내어 밥그릇 뚜껑을 열어  감자국 건데기 몇개 건져 먹고 상을 물렸지요.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잘못 먹으면 또다시 힘들어질까 봐서 굶기로 작정하고

가져갔던 방울토마토와 오렌지도 외면한채 길고 긴 밤을 일구월심

준비해간  생수와 매실 엑기스를 바닥낸 덕분인지

현기증과 울렁거림이 있긴 했어도 우려했던 목 부위 통증같은거  없이

무사히 귀가했답니다.(그러고보니 사탕이나 레모나는 손도 대지않았네요.^^*)

 

힘없이 누워있는데  남편이 주문만 하면 무엇이든지 만들어주겠다기에

잔치국수를 부탁했고     

남편의 정성이 가득담긴 잔치 국수 한 그릇 먹고나니 조금은 살것 같네요...

한양대 병원은 퇴원후 곧바로   일반식을 먹어도 된다 하더군요.

 

동위원소 치료를 앞두신 님들...!

미리부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듯 합니다.

저처럼 시원찮은 사람도 아무 후유증 없이 잘 하고 왔답니다.

힘 내세요...^^*

 

퇴원을 축하하듯 집안 가득 꽃들이 피어나고 있더군요.

분홍 찔레

기린초 

솔잎 도라지 

 황금 석류매

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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