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어머니 기일인데...

햇살 한 줌 2010. 7. 2. 23:03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나 보다.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빗소리처럼

머릿살이 아팠다.

 

오늘 어머니 기일인데

제사를 모시지 못 했다.

 

왜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평소 습관대로 마당을 둘러 보려는데...

 

허연 게

꼬물꼬물거리는 저 것이 무엇인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눈을 비비며

가까이 다가서니

아이고머니나...저건

세상에 구데기 아니던가...!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며

수도를 틀어 분사기를 흔들엇지만

역부족이었다.

 

오늘이 어떤 날인데

절대 살생은 할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그렇다고 달리 무슨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도 않으니...

입 속으로  참회 진언을 외우며

모기약과 바퀴벌레 약을 뿌리고

흙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비닐을 덮고...

 

남편에게 s.o.s 전화를 할까말까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언제 들어도 힘이 넘치시는  시누이님 목소리가 반갑다.

요즘 다 그렇게 한다니

오늘 제사 모시지 말고 아버님 기일에 함께 지내라신다.

 

그러잖아도 아침부터 살생을 해서 찜찜한 마음으로

제사 음식 준비하기가 좀 그랬는데

반갑다 못해 정말 감사한 형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