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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김일연

햇살 한 줌 2007. 12. 31. 23:55

 

             김일연

 

 

 

연필을 깎아주시던 아버지가 계셨다

밤늦도록 군복을 다리던 어머니가 계시고

마당엔 흑연빛 어둠을 벼리는 별이 내렸다

 

총알 스치는 소리가 꼭 저렇다 하셨다

물뱀이 연못에 들어 소스라치는 고요

단정한 필통 속처럼 누운 가족이 있었다

 

 

 

* 함께 나누기

 

문득 애잔한 정감에 젖어들게 합니다.

사뭇 동화적인 분위기가

오래 전 어린시절로 우리 모두를 돌아가게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각자 겪었던 까마득한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어 보면서

따뜻한 가족애를 떠올리게 되겠지요.

<별>은 그런 기억들을 단순히 보여주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아름다운 시적 장치를 은밀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내적으로 충일한 시인의 기량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도 놓쳐서는 안 될 점입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이면서도

독자로하여금 극도의 긴장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연필을 깎는 아버지

군복을 다리는 어머니

흑연빛 어둠을 벼리는 별이 내리는 마당을 내다보는 시의 화자

 

이렇듯 세 사람이 화면에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자녀-아들 혹은 딸-를 위해 연필을 깎아주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위해 군복을 다리는 어머니

그것을 지켜보면서 다함없는 행복에 젖어 있는 조그마한 소녀!

그 소녀의 얼굴이 정겹게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가 시인 자신이라면

쉰을 갓 넘긴

지금의 김일연 시인의 어릴 적 모습이 또렷이 그려질 법도 하지 않겠는지요?

한번이라도 단아한 시인을 직접 대면한 분들이라면 더욱 더!

 

'흑연빛 어둠'과 '연필'의 묘한 대비

그리고 '별'이 그 '흑연빛 어둠'을 '벼린다'는 표현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둘째 수 초장과 중장은 이 시의 문학적 성취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총알 스치는 소리'와 '물뱀이 연못에 들어 소스라치는 고요'는

이 시를 비범한 경지로 이끄는

고도의 수사입니다.

 

우리 모두 '단정한 필통 속처럼 누운 가족'을 떠올려보면서

한없는 평안과 화목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총알'과 '물뱀'이라는 동적 이미지 혹은 전쟁이나

죽음의 섬뜩한 이미지에서

한 가정의 평화스러움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별>은 이렇듯  아름다운 시입니다.

오늘 밤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 시를 함께 읽으시면서 제야를 보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