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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고운 길 / 문태준

햇살 한 줌 2008. 6. 4. 10:29

배꽃 고운 길

 

                 문태준


봄이 되면 자꾸 세상이 술렁거려 냄새도 넌출처럼 번져가는 것이었다

똥장군을 진 아버지가 건너가던
배꽃 고운 길이 자꾸 보이는 것이었다

땅에 묻힌 커다란 항아리에다
식구들은 봄나무의 꽃봉오리처럼
몸을 열어 똥을 쏟아낸 것인데

아버지는 봄볕이 붐비는 오후 무렵
예의 그 기다란 냄새의 넌출을 끌고 봄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곤 하얀 배밭 언덕 호박자리에
그 냄새를 부어 호박넌출을 키우는 것이었다

봄이 되면 세상이 술렁거려
나는 아직도 봄은 배꽃 고운 들길을 가던 기다란 냄새의 넌출 같기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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