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부하기

통일 대한 / 장순하

햇살 한 줌 2008. 7. 23. 22:10

[이 한편의 시조] 통일대한 /장순하

 
정적(靜寂)이 아람처럼 또옥똑 여무는 밤

결코 복수일 수 없는 나의 눈발 한 가닥이

지그시 과녁 안으로 죄어드는 저 초점.


강이며 산맥이며 짚어가던 고 손가락

이건 무어냐고 재쳐 묻다 잠이 들고

호젓이 벽을 바라고 몰아쉬는 숨결이여.


화랑 젊은 손은 세 나라도 모았거니

만이 삼천이면 하늘인들 못 돌리랴

두둥둥 북을 울려라 메아리도 울어라!


이제 벽은 무너지고 하늘 다시 열리는 날

열두 줄 가야금의 청아한 목청이랑

닐니리 새옷 바람에 덩실덩실 춤추리.

1957년 개천절날 경축 행사로 시조 백일장이 열렸는데 이 작품이 바로 장원작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한시에 능하고 시조도 짓곤하였는데
우리 민족이 낳은 시조문학을 계승 발전하고자 하여 이런 행사를 하였다.
 
5·16 쿠데타가 일어나자 이런 행사는 중단되었다.
일본에서는 설날이 되면 천황이 일본 전통시 와카를 한 수 읊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장관이 되려면 그 나라 아름다운 시를 상당수 암송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부터 시조 공부 좀 하면 어떨까.
아니 당신께서는 바쁘셔서 그러지 못한다 한다면 이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어느 길일을 가려 대통령이 시제를 내고 시조 백일장을 열면 어떨까 한다.
 
일본 전통시 하이쿠는 어느새 영시의 한 형태로 정착되어 영어권 사람들이 영어로 하이쿠를 짓는다.
아무 노력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시조는 하이쿠보다 여러 모로 잘난 시이다.

그런데 이걸 갈고 닦아 세계 문학시장에 수출할 생각을 해야 한다.
자동차 전자제품 잘 만들어 파는 나라도 자랑스럽지만 정신문화를 세계에 잘 수출하는 나라는
더 자랑스러운 것 아닌가!
이 시조를 보면 이런 생각이 북받쳐 오른다.

장순하는 이 작품 때문에 유명한 시조시인이 되었고 수작의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는 계기가 되었다.

임종찬·시조시인·부산대 국문과 교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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