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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날 / 김영수

햇살 한 줌 2007. 11. 11. 17:36

막막한 날

                  김영수


구름은 아니 뵈고 구름그늘만 깔린

허공, 저 막막한
막막해서 門(문)이 없는

천지에

출구를 낸다
새 몇 마리 소리

시인의 아호는 '鵲松(작송)'.

우리말로는 '까치솔'쯤 되겠지만, 그냥 '까치 형'이라 부릅니다.

 

하마 스무 해 전의 일이로군요.

이 땅을 떠날 때 공항에서 걸려온 마지막 전화를 받기도 했고,

그 울먹임을 삭이며 더러 편지도 주고받곤 했지요.

까치 형의 '막막한 날' 앞에서 새삼스레 막막해집니다.

'구름은 아니 뵈고 구름그늘만 깔린/ 허공' 탓인가요?

구름그늘만 깔렸다는 표현의 그늘에서 한참을 머뭇댑니다.

허공은 들어가는 문도 나오는 문도 없지요.

그래서 太虛(태허)요, 蒼極(창극)입니다.

그런 막막한 '천지에/ 출구를 내'는 것이 다름아닌 '새 몇 마리 소리'라니!

 이는 자연에 대한 놀라운 발견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막막한 날 있습니다.

막막해서 하늘 밑창이라도 팍, 뚫어버리고 싶은 날 있습니다.

그런 날은 그저 마음 속에 새라도 몇 마리 풀어 놓을 일입니다.

먼 데서 진작부터 그리 살아왔음직한

까치 형도 명년이면 환력이니, 가는 세월을 꺼당길 수도 없고… 참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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