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생일

햇살 한 줌 2009. 12. 29. 00:14

어제 밤

휴휴암과 낙산사를 거쳐 설악산과 대포항 무박 여행을 다녀 온 탓인지

월요일 아침이 천근만근 무게로 시작되었다.

갑자기 몰아친 한파로 휴무였던 남편은 평소 습관대로 새벽같이 일어났지만

모른척 이불을 뒤집어쓴채 늦잠을 청했다.

 

10시쯤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깨니

생일을 챙겨주려고 약속을 정했던 친구 목소리가 들렸고

귀찮은 생각에 날씨 핑계대고

다음에 만나자고 말 하고 다시 또 잠을 잤다.

 

11시 30분쯤 허기져서 더 이상 누워 있을수도 없어

국에 밥 한 숟가락 말아서 먹고 약을 먹었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났을까..

친구가 미장원에 왔다며 전화를 했고

모른척 하기엔 너무 미안해서 쪼르르 달려갔더니

친구가 케이크와 생일 축하카드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크를 먹으며

1월 눈꽃 기차여행 계획과 5월쯤 지리산 둘레길 걷기 계획을 세우며

한참동안 수다를 떨고나니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서운함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뒤늦게 국화님이 오셨기에  저녁밥까지 먹고

먹다남은 케이크를 들고 집에 들어가니

큰 아이와 남편이

생일을 깜박해서 미안하다며  멋적게 웃었고...

늘 그런줄 알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결혼후

생일이라고 대접 받았던 기억이 몇번쯤 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섯 손가락 안에 들듯 했다.

바쁘게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더러 섭섭할때가 참 많다.

 

이제 슬슬

욕심을 버려야 할 때임을 느끼고 있다.

가족에게 할 수 있는만큼 해 주고

받으려 하지 말아야지

내 자신이 조금더 편안해지지 싶다.

 

엄마,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잘 살게요.

다시 뵈올 수 없지만

늘 복된 인연 지으시길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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