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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폐차장/김대륭

햇살 한 줌 2010. 2. 14. 13:21

중앙신인문학상

겨울 폐차장/김대륭


 

길을 깁던 바퀴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수런대는 바람 사이 조등은 살을 깎고

겨울밤 몸을 부비는 수의 입은 일가의 산

 

맨 처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

지게차 꼬리 무는 운구행렬 곡哭도 없다

몸 눕힐 저 그늘 묏자리 망초꽃 다 내주고

 

늘 한 뼘씩 앞서려던 녹물 고인 도로 끝

슬관절 삐걱이며 계기판도 멈춰섰다

아버지, 잠의 집 끌고 그 산에 당도했을까

 

지상의 집들은 다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그래 그래 끄덕이며 사람들은 돌아가고

이제사 몸을 눕히는 용광로 속 등뼈 하나.

(박기섭,정수자,박현덕,강현덕 선)

-「겨울 폐차장」전문/김대륭(1983년생)


 언어의 균제미는 사유의 힘에서 나온다.

폐차장은 일터이며 죽음까지 공유한다.

모든 삶은 그 자신이 중심이 되어 운용되지만 여기 등장하는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볼 때 중심인물이 아닌 주변인물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의 긴 여정을 시조 형식 한 장에 담은 첫수 종장을 빌리면

ꡒ맨 처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ꡓ라는 표현은

종결의 의미를 넘어 겹겹의 생각을 일으키는

또 다른 환기작용으로 다음 내용을 불러온다.

 

ꡒ늘 한 뼘씩 앞서려던 녹물 고인 도로 끝

슬관절 삐걱이며 계기판도 멈춰섰다ꡓ

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을 주인공의 손발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정지된 장소와 대상물을 통해 표현했다.

평소 그가 일하던 곳과 만지던 물건과 더불어 활동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죽음에서 삶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경우라서 최근 시조단에서는 색다른 표현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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