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겨울 폐차장/김대륭
길을 깁던 바퀴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수런대는 바람 사이 조등은 살을 깎고
겨울밤 몸을 부비는 수의 입은 일가의 산
맨 처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
지게차 꼬리 무는 운구행렬 곡哭도 없다
몸 눕힐 저 그늘 묏자리 망초꽃 다 내주고
늘 한 뼘씩 앞서려던 녹물 고인 도로 끝
슬관절 삐걱이며 계기판도 멈춰섰다
아버지, 잠의 집 끌고 그 산에 당도했을까
지상의 집들은 다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그래 그래 끄덕이며 사람들은 돌아가고
이제사 몸을 눕히는 용광로 속 등뼈 하나.
(박기섭,정수자,박현덕,강현덕 선)
-「겨울 폐차장」전문/김대륭(1983년생)
언어의 균제미는 사유의 힘에서 나온다.
폐차장은 일터이며 죽음까지 공유한다.
모든 삶은 그 자신이 중심이 되어 운용되지만 여기 등장하는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볼 때 중심인물이 아닌 주변인물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의 긴 여정을 시조 형식 한 장에 담은 첫수 종장을 빌리면
ꡒ맨 처음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ꡓ라는 표현은
종결의 의미를 넘어 겹겹의 생각을 일으키는
또 다른 환기작용으로 다음 내용을 불러온다.
ꡒ늘 한 뼘씩 앞서려던 녹물 고인 도로 끝
슬관절 삐걱이며 계기판도 멈춰섰다ꡓ
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을 주인공의 손발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정지된 장소와 대상물을 통해 표현했다.
평소 그가 일하던 곳과 만지던 물건과 더불어 활동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죽음에서 삶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경우라서 최근 시조단에서는 색다른 표현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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