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부하기

-2010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중심으로 /채천수 시인

햇살 한 줌 2010. 2. 14. 14:00

시조와 시 서로 넘나들기


-2010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중심으로 /채천수 시인

                                                                

    채 천 수

Ⅰ. Login


 올해도

전국에서는 각 신문사마다 시, 시조, 소설, 동화, 동시, 수필, 평론 영역의 가장 화려한 등용문인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배출했다. 먼저 당선된 분들에게는 늦게나마 축하를, 한 해 더 기다려야 되는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당선된 작품과 심사평, 심사소감이 지면에 발표되어 더 거론할 것이 뭐 있나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당선자와 심사한 분을 의심해서도 아니고 새로 필자가 심사할 의도도 자격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각 신문사에 응모된 작품 중에서 최고 수작이 뽑혔겠지만

그것은 제한된 작품 중 상대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완성도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신문의 지면 관계상 당선된 작품을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는 지면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당선작 자체만 두고  심도 있는 분석을 하면 각 신문사마다 배출한 당선작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성을

독자들은 골고루 비교하며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시조와 시를 조금 비교해보는 것도 시는 시조에게 시조는 시에게 뭔가 할 말이 생길 것 같아

당선된 시조와 시를 개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이야기에서 시 당선작 이야기를 곁두리로 놓는 것은 무슨 의도냐고 묻는다면

이제 시조를 시조 안에서가 아닌 시조 밖에서 한번 3찰 (관찰-통찰-성찰)하자는 것이다.

시라는 큰 테두리에서 새로운 미학적 구조를 보이는 새로운 작품을 좀 자세히 분석거론하면

신춘 시조가 시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과 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어떤 길을 새롭게 다시 걸어야 하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한국일보  〈검은 구두/김성태〉-〈눈여겨볼 점 : 일상의 관찰력〉

ꡒ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ꡓ나

ꡒ주인이 바뀐 지도 모르고/

구불구불 길을 내며 집으로 갑니다ꡓ등만 봐도

삶을 싣고 가는 정신이나 인간이 사용하는 작은 것에서도

의외성을 발견하는 탐구 전략이 꿰맨 자국 없는 표현으로 자연스럽다.


 조선일보〈풀터가이스트/성은주 1979년생〉-〈

눈여겨볼 점 : 불안의 형상화〉poltergeist는 불안정하게 소란을 피우는 영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삶을 탐구하면서 그 내면의 중심에 불안감이 하나의 큰 축으로 버티고 있음을 호소한 작품으로

그 징후의 가구佳句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ꡒ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ꡓ,

ꡒ 접시가 입을 쩌억 벌렸어ꡓ,

ꡒ누워있던 골목들 일제히 제 넋을 출렁였지ꡓ


 동아일보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유병록 1982년생〉-

눈여겨볼 점 : 집중하는 언어 구조의 힘〉생물(오리의 죽음)의 마지막 한순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절명의 시이기도 하다.

 끈질긴 그의 눈이 잡아낸 처절한 시행을 소개하자면 다음의 것들을 놓칠 수는 없겠지.

ꡒ오리의 목을 자르자 붉은 고무 대야에 더운 피가 고인다/

목이 잘린 줄도 모르고 두 발이 물갈퀴를 젓는다/

습관의 힘으로 버티는 고통ꡓ,

ꡒ기울이면 그래도 몇 모금의 붉은 잉크가 더 쏟아질 것이다

ꡓ   제목으로 제시한

 ꡐ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ꡑ 목이 잘린 오리의 피와 흰 몸통을 상징함은 물론이고

인간의 욕망이란 팔레트는 누군가의 피를  그 속에 담아 그의 붓에 묻힌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직선의 방식/이만섭 1955년생〉-〈눈여겨볼 점 : 사유의 깊이와 방식, 안정감〉

지식정보사회의 대표적인 선의 표정은 직선이다.

이만섭(55세)의 문명 해석에 동참하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ꡒ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ꡓ,

ꡒ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ꡓ,

ꡒ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 직선의 힘을 얻어/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 있다

ꡓ 이 「직선의 방식」은 삶의 또 다른 한 쪽에는 곡선의 느린 방식이 있음을 여백에 깔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골목의 각질/강윤미 1980년생〉 -〈눈여겨볼 점 : 호소력과 삶의 진정성〉

그녀가 써내려간 의미 있는 몇 행을 옮기는 것이

이 시대문명과 궁핍한 삶의 각질에 빨리 당도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ꡒ청춘보다 비싼 방값에 대해 이야기했다

/닭다리를 뜯으면 값싼 연애를 혐오했다ꡓ,

ꡒ전단지가 골목의 각질로 붙어있다 붙어있던

/ 자리에 붙어있다 어쩌면

/골목의 뒤꿈치 같은 이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굳어버린 희망의 자국일 것이다.

ꡓ등에서 그녀의 청춘과 그 청춘이 거주하는 골목 풍경이 선명하다.


Ⅳ. Logout


 

 이상에서 당선자들의 신춘 시 몇 편을 분석한 내용 중에

중요한 공통점을 찾아 신춘 시조와 비교하며 기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 당선자가 시로 쓴 대상이 우리 시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발생하는 사회구조와 문제점을

새로운 자기 발견이 담긴 언어로 표현을 꾸려가고 있었다.


2. 자유시라 형식의 제한은 받지 않지만 작품마다 군더더기를 빼낸 노력이 보이고 있어

시 전체의 격을 떨어뜨리는 구나 행을 버리면서 자기 시의 숙도를 높이고 있었다.


3. 내용의 구조와 전개방식을 살피면

서사, 서정, 이미지 형상화 등이 시적 효과를 위해 전략적으로 행과 연에 적절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4. 당선자들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어 문학이 청년들로부터 점점 멀어져있음을 볼 수 있었다.


5. 낯선 제목이 많고 그에 따른 새로운 집을 짓는 기술 또한 경험과 어우러진 훌륭한 상상력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6. 시에서〈눈여겨 볼 점〉으로

작품마다 그 경향으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이 시대가 안고가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7. 시조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영역과 제목이 있다는 것은 시조 발전을 위해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8. 자유시의 자유는 군더더기를 줄이는 구속으로 풀어야 정제된 시가 되고,

시조의 정형은

 제약을 역으로 이용한 지혜로 맺고 풀어야 가락과 내용이 함께 살아나는 좋은 시가 됨을 볼 수 있었다.


9. 특히 시조의 구조적 특징으로

구와 구, 장과 장 사이를 이용할 때

빈부, 고저, 장단, 냉온, 완급, 경중, 청탁, 명암, 대소, 원근, 천지, 노소, 전후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가락과 내용에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었다.


10. 시에서 어떤 극점에 도달하는 부분에는 특히 종교적 삶이 투영되어 있었다. 


11. 당선된 시나 시조에서 이제 더는 경험이나 감각이 배제된 관념 덩어리로 공허하거나,

뻔한 익숙함과 상투적 표현이 앉을 자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꿈이 없다면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까닭에 시나 시조는 여기가 아니다. 

시대의 과녁에 반드시 명중시켜야 할 언어 화살로

새로운 삶을 건설하기 위한 지식과,

기능과 태도를 항상 절차탁마하여 그 언어미학의 중심에 화살을 날려야 한다. 

'글 공부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거장/민병도  (0) 2010.09.11
[스크랩] 자주 틀리는 맞춤법  (0) 2010.08.17
5월,누에고치/이상선  (0) 2010.02.14
아버지와 바다/조춘희  (0) 2010.02.14
해토머리 강가에서/김환수  (0) 201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