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시조아카데미 카페에서 옮겨 적은 글 입니다
함박눈 미사포를 쓴
나무에게 배웠네
하늘 향해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을
안으로 아픈 기억을
다스리고 있음을
사나운 비바람에 꺾이며 떨던 시간
인고를 새기던 기나긴 발자국이
옹이진
상처였음이
눈으로 만져지네
화장을 지우고 엉킨 마음 나도 비우니
하늘에 기대어 빚지며 살아온 나날
꽃망울 세우는 핏줄 아프도록 보이네 -<숲에 들어> 전문
창밖에
무너지듯 쏟아지는 빗줄기
우리 헤매던 길 위로
천둥소리 흩어지고
참았던 세상의 울음이 땅을 치며 흐른다 -<폭우> 전문
아파트 담장을 끼고 좌판 벌인 중년 여인
냉이, 쪽파, 도라지 푸성귀를 차려놓고
저녁을 다룬 손길이 세월만큼 빠르다
평생 백수인 남편, 껄렁대는 아들에게
뼈아픈 지폐가 일수 찍듯 건네져도
하늘 밑 좌판이 남았다고 입가에 짓는 웃음
사시사철 바람과 아낙들의 수다를
온통 집어넣어 가슴 둥근 그녀는
장독대 햇살 깊은 항아리 그 속을 닮았다 -<닮았다> 전문
아이들 종알대는
노란 버스 떠나고
아줌마 너댓이 한집으로 몰려간다
어제의 올망졸망한 사건
커피 향에 또 뒹굴겠다. -<오늘의 수다> 전문
안개바다 가르며 돛배에 몸을 싣고
먼 길 찾아온 착한 웃음이 반가워
맷돌은
제 몸 부대끼며 어처구니를 돌렸다.
이마 나온 동자승
못 잊은 어미 젖줄이 되고
선방에 걸린 장삼빛
닮고 싶은 그 세월
수족手足을 간 데 모르는 목내이木乃伊가 되었다. -<그 세월 -보문사 맷돌*> 전문
* 강화도 보문사에 있는 맷돌로 시도 민속자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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