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앉아
- 조동화 -
잔잔한 강물 위 허공에 못 박힌 듯
물총새 문득 날아와 정지비행을 한다
팽팽한 일촉즉발의 숨 막히는 한순간
표적이 잡히자마자 온몸을 내리꽂아
홀연히 그 부리로 잡아채는 은비녀,
비린 살 마구 파닥이는 저 눈부신 화두(話頭)여!
시조집 '낮은 물소리' (동학사 펴냄)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얼기설기 엮인 먹이그물.
그곳에는 약육강식의 냉엄한 삶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런 삶의 법칙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급박한 장면을
시인은 느린 화면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총새의 등장으로 강변 풍경의 아름다운 균형이 깨어지고, 일촉즉발의 팽팽한 전운이 감돈다.
드디어 먹잇감을 발견한 물총새가 온몸을 내리꽂아
홀연히 부리로 잡아채는 은비늘 반짝이는 물고기 한 마리.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인 듯 비린 살을 마구 파닥인다.
마치 드러나지 않은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이런 섬뜩한 장면 속에서 '눈부신 화두'를 읽어내는 시인의 심안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법칙과 공존공생과의 괴리 등
인생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게 한다.
추창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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