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중앙 시조대상 *
복사꽃 그늘/ 이승은
골짝에 접어들수록 마음처럼 붉어진 길
눈물도 그렁그렁 꽃잎 따라 필 것 같다
고샅길 홀로 된 집 한 채
숨어 우는 너도 한 채
복사꽃 그늘에서 삼키느니, 밭은 기침
선홍의 내 아가미 반짝이며 떠돌다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가지마다 뱉어낸 꽃
우리한때 들끓었던 것 참말로 다 참말이던 것
날카롭게 모가 서는 언약의 유리조각에
메마른 혀를 다친다,
오래고 먼 맹세의 봄
* 신인상 *
따뜻한 하루 / 우은숙
온 종일 달을 키웠다
시린 손을 말리면서
눈물을 매단 새는
좌표를 향해 날고
벌판을 걸어온 창문
꾸역꾸역 뒤따른다
지친 발에 걸린 눈썹
낮은 길로 돌아눕자
내 몸을 깜싸던 벽
푸른 잎 여리게 돋고
허기진 저녁의 숲엔
따스해지는 발자국들
***
심사평 ;단아하면서 격정적인 고유의필법 생생
올해 중앙시조대상 본심에는,
세 분 선고위원의 손을 거쳐 올라온 여러 중견 시인의작품들이 부쳐졌다.
등단 15년을 넘긴 명망있는 시인들인지라,시적 완결성과 품격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성취도를 보여주는 실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랜 토론을 통해 심사위원들은 이승은 시인의 '복사꽃 그늘'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이승은 시인은 1979년 등단해 그동안 격조있는 시상과 단아한 시 섹계를
줄곧 보여 주었고
한편으로는 모던한감각으로 현대시조에 요청되는 현대 감각을 대담하게 보여주는 등
독자적인 시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
특별히 심사위원들은 그의 많은 시편이 견지하는 균질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 가운데 '복사꽃 그늘'은 격정과 내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그이 필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뜻을 모았다.
신인상 부문은 경쟁이 심했다.
등단 10년 미만의 시인들을 검토한 결과 심사위원은 우은숙 시인의작품을 집중적으로 주목했다.
특히 생활적 실감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단단한 시상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한
'따뜻한 하루'를 높이 평가했다.
대상과 신인상 수상자가 더욱 화러발한 시적 진경을 이루길 마음깊이 부탁드린다.
<심사위원:윤금초.박시교.이우걸.이시영.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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