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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 정상혁

햇살 한 줌 2007. 12. 12. 08:39

* 중앙신인 문학상 *

 

활  / 정상혁

 

'활'하고 무사처럼 차분히 발음하면
입 안의 뼈들이 벼린 날처럼 번뜩이고
사방은 시위 당겨져 끊어질 듯 팽팽하다

 

가만히 입천장에 감겨오는 혀처럼
부드럽게 긴장하는 단어의 마디마디
매복한 자객단처럼 숨죽인 채 호젓하다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 게 과녁이다
호흡 없던 장면들을 노루처럼 달리게 하는
활활활 타오르게 하는 날쌔고 깊은 울림

 

허공의 누군가가 '활'하고 발음했는지
별빛이 벌써부터 새벽을 담 넘어가
내일로 촉을 세운 채 쏜살같이 내달린다

 

<심사평>

팽팽한 긴장감 가득한 '수작'
중앙신인문학상은 치열한 경합으로 유명하다.
월 백일장을 통과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연말에 다시
경쟁한끝에 인정받는 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당선작 '활'은 그 과정에서 드물게 심사위원의만장일치를 얻은 수작이다.

 

시적 발상이나 언어감각,이미지 처리 능력이뛰어나고 신선하다.

'활을 이만한 상상력과 조형력으로 그려내기란 쉽지않다.


정상혁씨는 이제'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게 과녁'이라는
자신의 시구를 보여줄 수 있는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부디 '팽팽'하고 '깊은 울림'이 '활활활 타오르는'명중 이상의
작품들을 쏘아주기 바란다.


함께 논한 김남규.김대룡 송유나 연선옥 이서원씨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그러나 시적발상과 이미지면에서 참신성 혹은 완성도가 당선작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고답적이거나 공소한내용,부자연스러운 율격등이 넘어야 할 과제인듯 싶다.
신인일수록 새로움에대한도전이 절실하다


<심사위원:유재영 김영재 이정환 이지엽 정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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