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 원
앞 서간 어머니의 가슴 아린 발자국 길
혼자서 더듬더듬 그믐밤 걸어간다
눈 내린 책갈피에도 무릎 꺾어 세우며
손끝에 힘을 모아 온몸으로 읽는 음절
어두운 마음속을 뇌문(雷紋)처럼 뻗어 와서
하나둘 놓는 징검돌 꽃이 되어 피는데…
점자가 등불이라면 손끝은 눈동자인 것
애벌레 기어가듯 느릿한 보행 끝에
아득히 잔돌들 박힌 길 하나가 열려온다
심사평
긴장감 + 신선함 높은 점수
김형태의 '봉숭아', 이서원의 '눈길을 걷다'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박미자는 시조의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유연한 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메시지가 너무 약하고 새롭지 않다는 결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민아의 경우 한자투의 단어를 쉽게 작품에 활용하는 점,
작품이 고르지 않다는 점이 눈에 걸렸다.
그런 결점이 없었다면 '신문을, 산다'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가작이다.
김형태의 '봉숭아'는 발랄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다.
그러나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이 작자의 능력에 의문을 갖게 했다.
언어의 절제 면에서 특히 그러했다.
이서원은 적지 않은 미덕을 가진 시인이다.
투고작이 시문장의 생명인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하고 있고,
언어들이 시조라는 형식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울러 신선함도 지니고 있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눈길을 걷다'는 시각 장애인의 독서과정을 아프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환치해 놓았다.
특히 그 이미지들이 작자의 깨달음이라는 심적 변화에 까지 닿아있다.
주저없이 당선작으로 민다. 대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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