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그 흰 빛박지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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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맨 아래
우리 육남매의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유년은 늘 행복했고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었다. 풍족함으로 출렁이던 바다는 하루 아침에 소금기로 반들거리는 성에에 조금씩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산업개발로 호남정유공장이 세워지고 나의 유년의 꿈이 뿌리내린 터전을 제칠 비료공장은 먹어버렸다.
비료공장은 소화불량으로 쉼 없이 방귀를 뀐다. 지독한 유황냄새를. 그 냄새에 산천은 중독되어 해골처럼 청 푸르던 소나무 꼬챙이가 되어버렸다. 골목을 지날 때면 애기씨 라는 호칭이 내 앞에서 허리를 굽혀오곤 하던 고향 그 골목 굽혔던 허리들이 빳빳하게 펴지면서 더 이상 애기씨는 없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소유(所有)’는 ‘비소유(非所有)’라는 걸. 베틀 밑에서 자고 밥을 먹고 학교를 다녔다. 바디소리에 잠을 깨고 나는 그 바디소리가 끔찍이도 싫었었다. 낮이나 밤이나 베틀에 앉아있는 어머니는 왜 그리 싫었을까? 어머니는 명주, 삼베, 모시, 무명베 한 필씩을 주셨다. 명주 베는 지인들 머플러로 나누어주고 삼베는 홑이불이 되어 어머니 말씀대로 아이들을 고슬고슬하게 키웠다. 촘촘히 짜 내려간 어머니의 삶이…. 삼보전에 참배를 가야겠다. 108배는 해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 나는 뭍에 매여 땔감밖에 되지 못했던 아버지의 배 세척을 내안의 시의 바다에 띄우고 파도보다 사나운 언어들로 어머니의 베를 한 올 한 올 직조 하련다.
그리고 늘 시 공부 한다고 늦도록 불을 끄지 않아 방 밖을 서성거렸던 남편과 사랑하는 아들, 딸, 늘 함께했던 시의 도반 박성희님 이선애님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하나의 도반의식에서 더더욱 반갑기도 하다. 선자의 손에 넘어 온 작품이 무려 천 3백 여 편, 시와 시조가 예심도 거치지 않고 한 타래로 묶여져 있다.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불성실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이다. 20여 편, 재심에서 10여 편을 줄이고, 종심까지 온 작품이 6편이다. ‘산소에 앉아’(김종빈), ‘동자꽃 필무렵’(김용채), 자유시가 3편, 시조가 3 수이다. 장롱 속에 갈무려 둔 한 필의 명주, 그 잔잔한 심층의식이 과장 없이 결 고운 호흡을 하고있어 마치 ‘어느 아침바다에서 건져 올린 멸치 떼 그 빛나는 비늘들을 보는 것 같아’ ‘그 흰 빛’ 에게 자리를 내 주기로 했다. 시조는 자유시에 비해 절제와 응축, 관조와 직관 , 그리고 그 지절을 세우는데 있어서 자유시보다 더 앞서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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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의 깃발을 날리며 포구에 들어서는 아버지의 불콰한 얼굴은
내가 불교신문 신춘문예 응모자와 한자리 앉아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아무러나 ‘재회’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거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