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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退溪의 편지 / 이원식

햇살 한 줌 2008. 2. 2. 21:25

퇴계 退溪의 편지

          이원식


세한의 바람조차 수묵으로 눕는다
한서암寒栖菴 옥계위에 배어있는 절구絶句소리
방금 켠 등잔불 하나 이내 귀를 세운다

 

묵향에 취한 손끝
속울음을 삭이는 밤

뜨락 위 옷을 벗고
농담濃淡 앓는 달그림자

연적에 새겨진 꽃 잎
물빛으로 떨고 있다

 

동천冬天 이미 어두운데 눈 먼 새가 울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줄 못내 겨운 이명耳鳴인가
세모細毛에 숙인 허리를 다시 고쳐 앉는다


커피를 마시며

        이원식

슬픈 자유
한 소절
잔에 섞어
마신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
커피도
취하는 걸까

지나간
아니 지나갈
짧은 生이
씁쓸하다

*슬픈 자유: 대만 가수 등려군의 노래 곡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