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자반고등어 / 김명인
산촌이라 상갓집 저녁은 어느새 썰렁한데
마루에 차린 빈소며 마당의 차일조차
억지로 갖춘 구색인지 벗겨놓고 싶은가
바람은 내처 치달아 먹구름 근처까지 두덩한다
언젠가 잠자릴 보느라 갓방 낡은 비닐 장판을 들추자
한 뼘이나 되는 초록 지네가 붉은 지네발 접은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밀폐를 하고 병풍을 둘렀어도
시취(屍臭)란 퀴퀴한 젓갈내 절여내는 법
치산이 내일이라며 문상객 앞에 내놓은
밥 김치 절편 벌건 국사발로 차린 개다리소반
파전에 곁들어 숭숭 막 써리기로 낸 돼지비계 몇 점
웬일인지 군 자반고등어 한 도막이 상에 올랐네
한손이라지만 빈 말의 짝이 되어
서로들 염장 지르면서 여기까지 흘러왔다가
겹쳤던 몸을 떼내니 함께 절었던
세월조차 쓰리고 쓰린 살들에겐 소금사태다
빈소는 오늘 저녁에도 늙은 여상주
혼자서 지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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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시인
194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을 수상.
2005년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시집 「동두천」「머나먼 곳 스와니」「물 건너는 사람」「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닷가의 장례」「길의 침묵」「바다의 아코디언」「파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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