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편의 詩<그리움>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 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 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2. 靑馬 柳致環의 年譜(行蹟)
유치환 시인(1908-1967)은
유생 한의사 柳焌秀 의 次男으로 출생,
(시<歸故>에 '유준수는 行而不言하는 약국주인, 어머니는 헌 冊曆처럼 愛情에 낡으신 분'
"헌 책력 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옆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으로 표현,)
<歸故>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우리 故鄕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 바른 뒷산 푸른 松柏을 끼고
南쪽으로 트인 하늘은 旗빨처럼 多情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트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약국
行而不信 하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冊曆처럼 愛情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나는 끼고 온 新刊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靑馬集)
<絶命地>
고향도 사랑도 懷疑도 버리고
여기 굳이 立命하려는 길에
광야는 陰雨에 바다처럼 황막히 거칠어
타고 가는 망아지를 小舟인 양 추녀 끝에 매어 두고
낯 설은 胡人의 客氣에 홀로 들어앉으면
鳴咽인양 悔恨이여 넋을 쪼아 시험하라
내 여기 소리 없이 죽기로
나의 인생은 다시도 기억치 않으리니
<바위>
내가 죽으면 한 개 바위 되리라
아예 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 非情의 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海源을 向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자의 손수건,
純情을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理念의 푯대 끝에
哀愁는 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조선문단 193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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