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부하기

섬에서 섬으로/강인한

햇살 한 줌 2008. 9. 2. 10:21

섬에서 섬으로


          강인한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는 나무들

서어나무들이 풀어준 바다

지느러미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진 바다

띄엄띄엄 서있는 가로등 불빛을 빗질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바람에 섞여 비가 중얼거린다

저만치 물러간 밤바다가 남긴 갯벌에

게를 잡는 불빛 오르내리고

비 맞는 서어나무 아래

애를 태우며 설레는 빗발, 빗발

대부도에서 선재도 다시 영흥도로 이어진

이 길이 다시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는다

한 줄기 쇠사슬로 이어진

끊을 수 없는 운명

섬에서 섬으로 건너온 마음이여

먼 전생의 불빛을 그대 바라보고 있느냐

서어나무 가지 아래 비를 긋는

가엾은 인간의 마음을 갯벌에 촘촘히

박아놓고 간 어둠뿐인 바다 앞에서


( 2007. 9. 27 ) <현대시학> 2007.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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