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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존(惠存) / 이경임

햇살 한 줌 2009. 5. 28. 21:17

혜존(惠存)

 

이경임

 

낯선 시인의 이름으로 시집이 왔다

사 십년 빈한하던 이름 뒤 혜존이라는

민망한 말씀의 겸손 얹혀 있어 부끄럽다

 

첫 시집의 감동을 함께 나눌 이들이

일면식 하나 없어도 기꺼운 까닭인지

시인의 두근거림이 행간마다 살아있다

 

먼 뒷날 내 쓸쓸한 별자리에 이름 하나

가까스로 얻으면 기쁘게 혜존이라

덧붙일 사람의 집이 너무 멀어 아득한 날

 

이경임 시집 『프리지아 칸타타 』,[만인사]에서

 

혜존(惠存)이란 말을 처음 사전을 뒤적이던 때가 근 25년 시간이 흘렀다.

"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란 뜻이다.

 

지금 세상이야 자동차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서너 시간이면 달려가 만날 수 있고,

전화나 메일로 바로 고마움을 전달하니 편하기로 말하면 옆구리 찔러 절을 받는 격이 아닌가 한다.

 

이경임 시인의 시집 『프리지아 칸타타 』를 받고 초심에 깃든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의 씨앗을 땅에 묻고 가꾸는 일이다.

그 일이 쉽지만은 않다.

세상 속의 나를 얼마나 정직하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정진하여 가느냐라는 숙제를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혜존 」이란 이경임 시인의 시가 말해주듯

"먼 뒷날 내 쓸쓸한 별자리에 이름 하나/ 가까스로 얻으면 기쁘게 혜존이라 /

덧붙일 사람의 집이 너무 멀어 아득한 날"을 기약하는 일 같다.

 

가까이 있으면 마주앉아 차 한 잔 앞에 놓고 기나긴 여정의 사투 끝에 출간된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칭송할 일을

스스로 혜존(惠存},

이 한마디로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글을 쓰며 받는 가장 기쁜 선물, 000 님 혜존,

그 글씨를 책장 앞머리에 쓰는 기쁨이란 내 마음의 집을 지어 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이경임 시인으로 하여 나도 다시 초심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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