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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놀이 / 박선경

햇살 한 줌 2009. 10. 20. 21:55
그림자 놀이

 

             박 선 경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당신과 나 사이를 일렁이지 


  여덟 개의 서랍을 차례대로 연 바람의 모양
  성난 커튼을 사이에 둔 것처럼


  우리는

천둥소리를 삼킨 늑대가 되거나 
검은 머리의 독사처럼 정지해 있는 
커튼 뒤,

두 주먹을 치켜세워 마주한 세상

 

  당신과 나는 결투의 한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엇으로든 물들어야 하는
  스크린 위로 번지는 그림자들의 몽상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으르렁거리던 두 주먹을 펴고
  날아오르는 작은 새떼들
  우리의 창을 열고 어둠과 어둠을 포개어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바라볼 수 없도록 물들어야 하네
  창안의 나는 당신이 꿈꾸는 그림자처럼
  창밖의 당신은 내가 꾼 그림자처럼
  흔들리고 있는 커튼 뒤에서

 

  당신과 나를 꿈꾸고 있는 누군가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일렁이는 당신과 나 사이
  바람의 그림자 배꼽 밑의 서랍을 열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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