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도봉산 산행

햇살 한 줌 2009. 11. 6. 21:36

도봉산을 갈까말까 정오가 될때까지 갈등한 끝에 

나무에서  막 딴 단감 4개와 커피 물을 끓여 집을 떠났다.

월요일부터 신지 복용을 중단하면

도봉산의 금년 늦가을 풍경은   볼수가 없을 것 같아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동안 수술도 받았고

1 차 동위원소 치료를 위해 입원도 했었으니

이제  침체의 늪을 떨치고 일어나야 할 시기 같은데   

걸핏하면 핑계를 대는 내가 답답하고 걱정스러워 용기를 냈다.

 

오늘도  보문능선길 따라 색갈 고운 단풍잎 대신

바삭거리는 낙엽들  발 맞춰  생각을 날려보내는 코스로 잡았다.

 

한참 점심때여서 그런지 등산객 발길이 뜸한 대신

솔잎 혹파리 침해를 입은 고사목 베어내는  작업인부들만  보일뿐 

도봉산은 낙엽 냄새를 날리고 있는 바람소리만 요란했다.

 

두터운 티셔츠를 입은 탓일까 비비크림 바른 얼굴이

범벅이 될 정도로 땀이 계속 흘러내려

머리를 감싸기 위해 손수건을 두르며 거울을 보니

시위를 하는 용감한 시민처럼 보여 혼자서 킥킥대고 웃었다.

 

한 시간쯤 쉬지않고 걸었을까

다리가 후둘거리고  목이 타서 길 옆  바위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사실   길 가에 서 쉬는 건 오가는 눈들이 많아 내키지 않았지만

집을 나서기 전 땅콩 언니의 통화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요즘 등산길에 혼자 산행하는 여자들을 노리는 사고가 많이 생긴다고

절대로   혼자 산행은 위험하다고...

 

감을 두 개 깎아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흘러내렸던 땀이 마른듯 하여

도봉주능선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홀로 하는 산행이 늘 그렇듯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만장봉과 자운봉 신선대와 주봉을 마주보면서

간간이 눈에 뜨이는 청설모와

가지끝에 매달린 갈잎등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다보면

혼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수다쟁이가 되어있다.

 

게다가  세상사 초월한 듯

오가다 마주치는 등산객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어주는 여유가 생기는

산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전해주는 것 같다.

 

처음 집을 나설때만 해도 갈까말까 망설이던 마음이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슴 가득

알지 못 하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

 

 나뭇가지 저 너머 '우이암'

 역광에 빛을 빼앗긴 '우이암'

 도봉산의 중심에 우뚝 선'만장봉''자운봉''주봉'

 보문능선 길 따라 맨 위에 앉은 이정표

도봉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오봉' 

 도봉주능선을 지키는  '소나무'

 늦가을을 빛내는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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