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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담쟁이

햇살 한 줌 2009. 2. 14. 22:26

나도 담쟁이/임삼규

발 쑥쑥 밀어 넣고 두 손 척척 짚어가며

벽이면 벽

창이면 창


한 번 달라붙으면

웬만한 건물 하나쯤 한 여름에 거머잡는



제 땅 솔솔 넓히는 맛   살림 절로 느는 재미

거침없이 기어오르는 독선, 배짱 그리고 억척

저렇게 살 수 있다면

세상 그리 쉽다면



뿌리 썩고 허리 꺾여도 / 꿈이야 늘 푸른 이 몸

바싹 마른 바람벽에 여태 혼자 매달려 있다.

내 삶의 / 어느 모롱이 / 밑그림 짙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