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8월 5일
롯데 관광을 이용하여 가림이와 태안 나들이에 나섰다.
새벽 다섯시 반...
떨어지지 않은 눈을 비벼가며
마당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고
며칠전부터 얼려두었던 팻트 병 물을 챙기고...
허기질 때 대비하여
자유시간과 비스켓 그리고 작은 케익 몇 개..
그리고
사진 몇 장 찍으면 금방 바닥나는 스마트 폰 건전지를 배낭에 넣고보니
어느새 약속시간은 빠듯해져
운동화 끈도 제대로 못 매고 돌곶이역으로 달려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구는 벌써 도착해 있었고
서로 다른 생활패턴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 했던 탓에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다보니
어느새 종각역 롯데관광 앞에 도착했다.
조금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이 돌아가는 버스에는
다양한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친구끼리
아니면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부모님들
노후를 복되게 함께 보내시는 노부부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함께 하는 태안 나들이.
벌써 2주째 계속되는 찜통 더위를 의식해서인지
천리포 수목원 관람대신 태배길 트레킹을 먼저 시작한단다.
1. 태배길 트레킹 코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생겼고
그때 수백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으로
지역 주민이 만들기 시작했다는 태배길은
저건너 신두리 해변을 바라보며 들길을 지나 바닷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 손에는 따가운 햇빛을 차단하는 양산을 쓰고
또 다른 손에는 부채를 들고
얼음물과 휴대폰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해변의 모래뻘에 널부러진 조개껍질이며
양식장이 즐비한 바다풍경이 새롭게 느껴져
사진을 찍다보니 우리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다.
선두가 갔을법한 길을 찾아 걸음을 옮겨 보았지만
거미줄만 무성한 숲에서
금방이라도 뱀이 나올것 같아 친구와 둘이 갔던 길을 되돌아 오다보니
어느새 전망대를 다녀온 일행들과 마주쳤다.
사진 찍느라 선두를 놓쳐버린 우리 잘못도 있겠지만
전망대로 가는 길 이정표만 있었더라도 길을 잃지는 않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태배길 트레킹이었다.
2. 만리포 해수욕장 코스
만리포 사랑이라는 노래비가 세워져있고
기름 유출 사건때 자원봉사를 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의 비가 세워진 만리포 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백사장 폭이 훨씬 넓어 보였고
청.홍 파라솔이 덮인 모래밭에는 피서를 즐기려는 각약각색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우리 관광객들은 만리포 해수욕장을 경유하는 일정이 있기에
약 한 시간정도
만리포 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없는 게 없는 그야말로 도심에서보다
더욱 화려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지갑만 두둑하면 필요한 건 그 자리에서 모두 다 구할 수 있을만큼
가게들도 많고 노래방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촌스런 나는 그냥 신기한 눈으로 보는 게 전부였다.
새삼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걸...ㅎㅎ
3. 천리포 수목원 코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약 1.5킬로 거리에 천리포 수목원이 있었다.
일반인에게 개방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듯 넓은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수종과 꽃들...
한 두 시간으로는 제대로 다 보기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수국은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거의 다 꽃망울이 시들고 있었고
연꽃이 피었다는 흔적만 남았을 정도로 연밭은 불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다음에 봄 날 다시한번 날을 잡아 천리포 수목원을 방문하자고
친구와 약속하며 아쉬운 걸음을 옮겼다.
4. 마애 삼존불이 있는 태을암 코스
국보 307호 태안 마애삼존불이 모셔진 태을암을 찾았다.
절 입구에 운동기구가 놓여있어
마을 주민들과 유대관계가 깊은 듯 보이는 태을암은
자그마한 암자라고 해야 할것 같다.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 다음
마애 삼존불을 찾아가는 길 양옆에는 윤기가 흐르는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계단 끝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새겨진 바위가 길손을 반겨 주었다.
짧은 머리로 뜻이 얼른 이해되지 않아 사진에 담고 윗쪽에 위치한 마애삼존불을 찾았다.
보통 삼존불과는 달리 태안 마애삼존불은 가운데 관세음보살을 두고 양 옆에 두 구의 불상을 모신 특이한 형식을 보여주는 삼국시대 작품이라 한다.
불교에 대해 별로 알지 못 하는 나로서는 그저 오랜 세월 중생들을 지키느라
처음 그대로의 모습은 사라졌어도 원만한 미소가 처음 그대로인듯 가슴을 환하게 밝혀주는 듯 하였다.
덧붙임 글:
마애 삼존불 코스를 돌아보는 것으로 태안 나들이는 끝이 났고
버스 안에서의 단잠을 깨고보니 어느새 서울에 도착해 있었다.
잠시 일탈을 꿈꾸어서
그리고
친구와 함께여서 더욱 좋았던 태안 나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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